story one, 같은 시간 속의 또 다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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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꼬꼬마사회복지사 작성일 19-09-22 12:18 조회 107회 댓글 0건본문
story one, 같은 시간 속의 또 다른 세계
2019년 9월 2차 실습생 최 유 원
'노인'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칸방, 폐지수집, 기초생활수급자 등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연상됐다. 어쩌면 나는 그 분들이 내 부모님일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정확히는 폐지수집하시는 어르신들이 왠지 남일 같지 않았다. 취직 안되면 우리 부모님이 저렇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편으로, 20대 초반 끝나고 중반을 이제 막 시작하는 나로썬 그저 멀고 먼 세계였고 생소했다.
사실, '노인복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학교 다닐 때 수강한 적이 없었고, 관련 대외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연관성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 노인 대상 이미용봉사와 의료봉사한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 그 땐 어르신이 복지관에 방문하시고 해서 그 분들의 세계에 대해 무지했다. 실습 통해서 그 분들의 세계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체험하면서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은 "같은 시간 속의 또 다른 세계" 였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나같이 똑같지만 세계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나의 10대와 20대 초반은 나이 비슷한 또래들과 부대끼고, 30~40대 선생님의 지도 속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그 분들의 세계가 더 낯설게만 느꼈던 것 같다.
실습하면서 바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도시락 배달사업'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시락 배달만 하면 되겠지 그 마음이 더 컸다. 어르신들은 생활비로 끼니를 챙겨드시기 힘드시니까 이 사업을 시작했겠거니 싶었다. 막상 시작했을 때 말로만 들었던 단칸방에 사시는 어르신을 만났고, 방 분위기를 어둡게 하며 지내시는 어르신도 있었고, 상태가 안좋으신 어르신도 역시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충격적인 것은 어르신의 방 안을 잠시 둘러봤는데 거실에 1인용 쇼파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 장면이 진짜 노인의 삶을 대표해주는 것 같아 아직도 기억이 남았다.
도시락 배달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공혜경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어르신 한 분이 손목에 파스 붙이시고 엎드려계시고 고개를 숙이고 계셔서 얼굴 못봤다고 하니 어르신의 상태를 꼼꼼하게 물으시고 다음에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어쩌면 도시락 배달하다가 임종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겠구나 싶었다. 그 때 만해도 사회복지사로써 임종의 순간을 마주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다음날 안티노네날 체험 끝나고 신영아 사회복지사 팀장선생님께서 임종에 대해 설명하실 때였다.
솔직히 한 주간 실습 중에서 안티노네날 프로그램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퇴근 후에도 여파가 좀 있었다. 왜냐하면 여성 어르신의 댁에 방문해서 가사를 거들면서 우연히 여성 어르신이 젊으실 때의 사진을 봤다. 흰 드레스에 파마머리에 그 시절만의 화장하신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리따우셨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니 치매 증상이 조금씩 찾아오고 계셔서 요양사 미리 준비해야하는 단계였다. 게다가 그 분은 부분 부분 기억하고 계셔서 사진 속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더 대조되었던 것 같다.
이 사례로 신영아 사회복지사 팀장 선생님과 토의를 진행했었다. 치매나 여러가지 이유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어르신이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시기 시작하면 선생님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힘들어해한다고 하셨다. 간혹 임종을 맞이하면서 보호자 분이 센터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임종을 지켜봐야하는 업무의 특성 상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할덴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는거지? 이런 의문이 생겼고, 왜 어르신마다 산출물이 다르시지? 이런 의문에 질문을 했다.
먼저, 방 분위기를 어둡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여쭙어보니 전기세도 그렇지만 신체적인 특성 상 노화로 인해서 시력이 약해져서 눈 부셔서 그런거라고 하셨다. 사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됐던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햇빛노인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서 전/월세자금지원서비스가 있었다. 생활비 부족하다는 그 전제가 맞아떨어지지 않기도 했다. 생활비보다도 신체적 특성이 더 앞서있었다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노인의 특성에 대해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노인은 그냥 같은 사람 정도로만 생각해와서 불편함에 대해 더 잘 몰랐던 것 같다.
두번째로, 임종으로 인한 벗아웃 증후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였다. 도시락 배달하다보면 문 열기 직전에 두려운 마음이 항상 있다고 하셨을 때 이제서야 와닿았다. 이에 대한 메뉴얼은 따로 없고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몫이라고 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확 돌아가시는 게 아니라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서 서서히 임종이 찾아오는 거라서 그 시간동안 선생님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신다고 하셨다. 이 답변을 받으면서 부담감도 있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이 의문은 실습 끝나고 아마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을 주문해서 읽으며 답을 찾을 것 같다.
세번째로, 남성 어르신 댁에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던 게 그 분은 정말 잘 생기셨다. 계란형 얼굴에 백발과 주름진 얼굴이 그렇게나 잘 어울렸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 있는 고정관념 2개가 부수게 되었다. 하나는 '노화는 아름답지 않은 것', 또 하나는 '남성어르신은 깔끔하지 못하다' 였다. 김란주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실습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분도 역시 상태가 안 좋으셨는데 치료를 꾸준히, 성실히 받고 계셨었다. 신영아 사회복지사 팀장선생님께서 그분은 본인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어서 가능한 거라고 하셨다. 사실 나에게 사회복지사 멘토 한 분이 계시는데 처음 사회복지사로써 활동했을 때 모든 클라이언트를 서포트하려고 했는데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따르고 아닌 사람은 끝까지 안하려고 한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본인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하셨다. 이번 실습 통해서 '본인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배운 것 같다. '의지'하나로 산출물이 너무나 차이가 났었다. 아무리 이 세상의 '미' 기준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늙음'은 관리 잘하면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배웠다.
이 활동을 하면서 결국 급여지원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가장 필요하고 핵심적인 서비스가 '의료지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절차가 많이 복잡하고 사회복지사 윤리적 딜레마도 존재하는 부분도 있기에 까다롭고 법적인 문제도 직결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면, 급여지원 후, 그 분들의 선택에 따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노인분야 사회복지사가 하는 역할이 아닐까 이런 결론이 내렸다.
그래서인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배웠을 때, 관련 업무했을 때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건강보험공단은 '공기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삶의 현장에 녹아 있었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득분위 별로 개인부담비를 6%, 9%, 15% 이렇게 나눠지는 것도 알게 되었을 때 사회복지 정책이 이전보다 더 발전했구나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같은 시간 속에 있는 우리들이지만 세계가 너무나 달랐다. 세계가 너무나 다르기에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던 것을 어르신들은 누리지 못하는 부분이 뭔지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급여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어르신들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결국 본인의 긍정적인 자아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야 급여지원을 받았을 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촉진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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