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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 나를 위한 복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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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미옥 작성일 18-10-19 23:26 조회 2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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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나를 위한 복짓기
 
나도 자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현실과 자존감의 충돌이 일 때 그렇다. 햇빛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실습생의 신분으로 만난 어르신들도 자살하고 싶다 하신다. 쥐약을 묵어도 죽지도 않는 세상이라고 한탄하신다. 늙음으로 아픈 몸과 외로움 때문이다.
 
나눔은 나도 살고 이런 어르신도 살게 한다. 나눔으로 웃음도 나누고 마음도 옮겨와 살고 싶게 한다. 나눔은 있는 자만 하는 것이 아니더라. 내가 만난 서기홍 어르신은 집도 없다. 재개발로 집이 없어졌고 지금은 착한 분 집에 얹혀 사신다. 백발의 마른 노구에 사파리 파카를 장착하고 10월의 쒜한 찬기를 누비며 잰걸음으로도 현역에서 수호천사로 활발한 봉사 활동을 하신다. 나눔에는 일방적 베품도 없더라. ()해 보이는 어르신에게 국화차 티백 3개가 가면 양말 2켤레가 오고, 독거노인(기초수급자, 차상위 등 저소득 독거 어르신)을 위한 가을정기나들이에서 어르신 사진을 찍어드리니 한사코 사양해도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반듯하게 접은 1만원을 꺼내 손에 쥐어주시려 한다.
 
나는 10원의 손해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용서치 않는 삶을 살았다. 나눠도 내 계산이 먼저 되야 양보가 있었다. 그러니 남에겐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이었다.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제로(ZERO) 셈이다. 남성이 주류(主類)인 직장에서 경쟁의 삶을 살았고, 도태된 동료들에게 무심했다. 빨리 집을 사고 성공해야 했다. 가치 없는 일에는 무심했다. 그러니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맞지 않다. 관심 밖이었다. 청춘을 바친 직장을 그만두고 노후를 대비한 전문직으로서 제 2의 커리어를 위해 시작한 사회복지사는, 또 그 과정의 현장실습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실습현장에서 만난 독거노인, 자원봉사자, 시니어클럽 어르신, 봉사단체 등은 내게 다른 삶을 보여줬다.
 
나눔은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주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더라. 뿌듯한 마음을 느끼는 것도 수직 관계다. 나눔은 수평적 관계다. 나눔으로써 내 존재가치를 느낄 때 비로소 수평이 된다. 나눔에는 나이도 없더라. 어린 대학생, 앳된 직장인, 환갑을 바라보는 아저씨, 아줌마, 칠순을 바라봐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돌보는 어르신들... 나눔은 현금이든 현물이든 뭘 줘야 나눔이 되는 것도 아니더라. 마음만으로도 나눔이 되더라. 나는 46살에 나눔에 입문한 새내기다. 주변을 잘 살펴보라. 지나가는 교복 입은 학생, 출근하는 짧은 스커트 아가씨, 옆집 아줌마, 정년퇴직한 아저씨, 허리 꼿꼿이 바쁘신 어르신... 주변의 흔한 이들이 나눔 선배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나눔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일상이라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얻어오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절실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첫 나눔의 희열을 오래 간직하고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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