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실습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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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철성 작성일 17-03-24 21:01 조회 209회 댓글 0건본문
정신 좀 차리고 뭐가 보이고 알게 된다 싶으면 마칠 날이 다 되어간다... 이런 이야기를 실습 첫 날에 들었을 때 솔직히 실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실습을 마치고 나오니 그 말이 새삼 다가오더군요. 1주일만 더 하면 된다, 그리고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두 가지 말이 머릿속에서 한참 맴돌았습니다.
이번 주는 특히 클라이언트의 변화를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한 주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한 주였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윤리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사회복지사님들과 함께 찾아뵈었던 클라이언트들이 이야기했던 자신들의 변화와,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며 뵈었던 클라이언트들의 변화는 참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꼭 이야기하고 싶은 의미는, 하나는 '그래도 이 곳에 오기 전까지의 내 삶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구나' 하는 자그마한 만족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곳에 온 것이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겠구나' 하는 일종의 기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듭니다. 오늘 일과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일지를 쓰려는데 불현듯 이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어떻게 이별을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그들에게 종결을 통지해야 할까.'
물론 오래전부터 여러 실습생들을 맞이하셨던 어르신들은 담담하게 헤어짐을 받아들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제게 베풀어 주셨던 격려처럼, 혹은 제게 베풀어 주셨던 격려보다 더 큰 격려를 제 뒤에 올 실습생에게 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그 분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종결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습을 1주일 남겨놓은 지금, 곧 끝난다는 기대나 후련함보다는 끝난 뒤 찾아올 그리움 또는 아련함이 줄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이란 말이 있지만,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수많은 의미를 담아온 저로서는, 훗날 피어 오르는 담배 연기 사이에서, 또는 소주잔에 비친 제 얼굴에서 이 곳에서 뵈었던 어르신들의 얼굴을 떠올릴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할 것을 미리 예감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기에, 저는 애써 어르신들의 이름을 외우려 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배달 2주일차에 접어들자, 아픈 다리를 이끌고 굳이 거실까지 나오셔서 '수고했어. 내일 또 봐' 라고 하시며 등을 툭툭 두들겨 주셨던 모 어르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2주차 실습 소감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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