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실습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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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철성 작성일 17-04-01 08:26 조회 170회 댓글 0건본문
제가 자주 인용하는, 가상의 문답이 있습니다.
"바람이 눈에 보이나?"
"아니, 당연히 안 보이지"
"그러면, 그렇다고 해서 바람을 없는 거라고 말할 수 있나?"
"말할 수 없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처럼, 인세에는 한 개인의 인지 범위 바깥에서 다양한 삶 또는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왜 이 가상의 문답으로 3주차 실습 소감문을 시작했냐면, 사회복지 및 사회복지사의 존재가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바람처럼 느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실습 기간 동안 수 차례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있어서 사회 곳곳에서 약자들과 함께 하고 있지만, 정작 바로 그 약자들과 사회복지사들 외에는 존재 자체를 잘 모르거나, 심한 경우 관심도 없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물 속에 살면서 물이 어디 있느냐 묻는 물고기처럼.
실습이 끝난 후, 저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을 저의 이번 실습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합니다. 물론 직원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것처럼, 저 역시 나름의 방법으로 현실과 마주해 왔으며 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미약하나마 해 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상상 이상인 법이고, 수치나 기록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 또한 있는 법이지요.
솔직히 많이 피곤했습니다. 어떨 때는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 처럼, 사방이 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수많은 분과 함께하며 언행에 신경쓰느라 지치기도 했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처한 현실 앞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1주차 때에는 좀 했습니다. 때문에 매일 피로회복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제발 버티자, 제발 실수하지 말자' 고 스스로를 다잡았기에, 약빨(!)이 떨어진 어제 저녁 몰려 온 피로는 아직도 제 몸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해일처럼 더 밀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습이 끝난 지금, 이제 끝났다 또는 이제 자유라는 어떤 해방감보다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된 데에서 오는 지적 만족감과,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닥을 마주할 때 인간의 능력(달리 말하면 그릇)은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닥이 있어야지만 인간은 두 발을 굳건히 받쳐 줄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바람을 느꼈다. 그 바람은 나의 바닥이 되어 나를 좀 더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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