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햇빛이 잘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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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진 작성일 13-05-15 22:35 조회 781회 댓글 2건본문
먼저 어르신,
서른 넷으로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장가를 갔다고 하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혼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르신을 만나 제가 진짜 젊어졌습니다.
오늘 기억나세요?
팥이며 메주콩이며 돈부가 뒤죽박죽 섞인 바가지에서
어르신과 저는 농사며 반찬이며 고향을 잘도 골라 냈어요.
당신의 간식시간, 포크를 잡으실 땐 그렇게 떨리던 손이
콩을 고르실 때는 어찌 그리 잘 추리시는지요.
그 손길로 저희들을 기르셨습니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셨지만 틀린 말씀이에요.
저는 햇빛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햇빛이 잘 듭니다.
댓글목록
햇빛(치매)노인복지센터님의 댓글

으음... 이런 멋진 시로 표현될 수도 있군요.
어르신을 배우는 시간.
머지않은 내 미래를 배우고 준비하는 시간
그래서 값이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을 잘 느껴주셔서 감사하네요.
p.s... 서른넷? ㅋㅋㅋ 어르신들이 선물 주셨네요
젊은이님의 댓글

어제 30 찍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