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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이야기

이천동 홍길동, 박만옥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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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노인복지센터 작성일 11-06-04 13:28 조회 1,0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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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촌 일기: 나눔지 2011년 5,6월호 게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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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동 홍길동을 소개합니다

 

“커피 한 잔 주소~!”

새까만 선그라스 멋지게 끼시고 사무실로 들어와 앉으시며 커피 한 잔 당당(?)하게 외치시는 박만옥(1936년생) 어르신. 무선 주전자의 팔팔한 기운을 빌려 일회용 커피 한 잔 태워드리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뜨거운 커피잔을 쥐시고 홀짝홀짝 드시면서

 

“이○○는 애 낳고 왔다가, 저 ~ 복지관으로 발령났다메~”

“김○○는 승진했다메~”

“지하에 못 보던 사람 한 명 새로 근무하데~”

 

햇빛촌일대 여러 기관의 직원 동정을 누구보다도 먼저 아시며 소식을 전하십니다. 어찌 그리 살뜰하게 보시고는, 누가 애 낳고, 승진도 하고, 새로 들어왔는지를 아시는지. 가끔은 정신없이 바쁘다보면, 간발의 차이로 직원동정을 어르신을 통해 처음 듣는 경우도 있으니, 웬만큼 최신 핫(HOT)한 뉴스들이 어르신을 통한다는게 신기합니다. 뭐니해도 발품과 관심은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는 2층에 잘 있나? 안 죽고 잘 살아 있나?”

몇 년전 노인의 집 옆방에서 같이 생활하시던 남자 어르신이 몸이 안좋아지시면서 여래원으로 입소를 하시고 난 뒤, 가끔씩 들를 때마다 안부를 여쭈십니다. 그리고 병문안 삼아 입소해 계시는 어르신 방에 들러 같이 살았던 정을 나누십니다. 남자분들이라 별 큰 말씀은 없으시지만, 유일한 면회객인 박만옥 어르신의 발길이 아마도 고마우실 것 같습니다.

 

그런 어르신의 정나눔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이천동 고추장 불고기집에 여러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점심으로 고기를 사주겠다고 우기셔서 몇십번을 고사하다가 결국은 끌려(?)가 고기를 먹었습니다. 하루는 햇빛직원들, 하루는 여래원 직원들, 하루는 지하의 법인직원들. 그리고 숫적으로 많지않아 늘 소외받아(?) 보이는 여기저기 하나씩 있는 남자 직원들까지 꼭꼭 짚어 모아서 그렇게 마주 대하는 이천동 일대 햇빛촌 직원들을 돌아가며 “내일은 여기 직원들 차례니까 12시되면 고추장집으로 꼭 건너오라”는 수차례의 반복적인 주문과 함께 기어코 다! 사시더군요. “내가 매일 햇빛에서 도시락 받아먹고, 종이도 가져가 팔고..”라며 나름 그간에 옆에 사시면서 느꼈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으셨던가 봅니다. 사실 대접해도 시원찮을 어르신께 얻어먹는 고기가 부담스럽긴 하였지만, 주시는 마음 거절도 한 두번이라 기쁜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잘 먹었습니다.

 

여기가면 여기에, 저기가면 저기에 계시는 이천동 홍길동. 바지런함이 젊은 사람들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특히나 스케쥴 읊으시는 것을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월요일 오전에는 ○○교회가면 5백원을 받고, 바로 자전거를 타고 ○○급식소로 가서 무료급식을 먹고, 화요일에는 11시까지 ○○성당가면 라면을 3개 얻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 ○○를 가면 가끔은 1,000원도 받을 수 있다는 정보. 그렇게 버는 돈이 일주일에 5천원은 된다 하시면서 “가만히 있으면 뭐하노?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하십니다.남구만 있는것도 아니고, 여러구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마치 집에서 TV보는 아줌마들이 드라마 한편 끝나면 다음 드라마로 몇 초의 공백도 없이 채널을 돌리는 것처럼, 부지런히 일정 맞추어 다니시는 어르신의 스케쥴이 참 신기하게 들립니다. 그렇게 바삐 다니시는 데 혹시나 바쁜 마음으로 재촉하는 길이 위험하지 않으신지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건강히 다니시는 활동성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식사자리에서는 밥보다 소주 한 잔 더 맛있게 걸치시는 어르신.

“어르신 또 소주 드셨어요? 어휴.. 냄새...” 하면,

“뭐...! 한 잔 했지!..” 라고 머쓱해 하시면서도 당당한 말씀이 정겹습니다.

 

햇빛의 사무실이 3층으로 이사하면서 요즘은 살짝 헐떡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자주 오시는데, 오신지 좀 되셨다 싶으면 가끔씩 번쩍 나타나실 어르신이 궁금해 집니다. 오늘은 또 어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실는지... 한동안 안오셔서 사무용 파지도 많은데 ‘한번 챙겨가시라’고 전화 넣으라 해야겠습니다.

 

라혜영(햇빛노인복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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