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수기] 장기요양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 - 김화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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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노인복지센터 작성일 11-08-06 11:26 조회 1,594회 댓글 0건본문
본 수기는 2011년 장기요양3주년을 맞이하여 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에서 주최한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화순님의 수기입니다.
제목: 어르신과 가족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 서비스 개시 (어르신과의 첫만남)
장기요양사업이 시작되던 2008년 8월부터 한○○어르신과 인연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댁에 처음 방문하였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댁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부유한 환경의 곱고 아름다운 부부가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뒤를 따라 나오던 강아지 한 마리를 보고, 평소 개라면 기겁을 하던 제가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하며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다른 분이라면 포기를 하였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묘한 이끌림에 의해 어르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한 활동이 3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 대상자 및 대상자의 환경 특성
► 보호자, 가족의 특성
대상자인 어르신은 치매인 여자 어르신이었습니다. 저를 만나기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셨으며, 보호자인 남편분은 오랜 높은 공직생활로 반듯하시고, 장기요양의 이용과 관련한 정보이용도 잘 알고 계셔서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이용하시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있으신 분이고, 주위의 이목도 있으셔서 그런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으시고, 치매의 난폭한 외형적 특성을 많이 가진 대상 어르신의 성향을 주위 분들이 아시는 것을 꺼려하셨습니다. 어쩌면 숨기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늘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 대상 어르신의 특성
어르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변인들이 힘들어 하는 특성을 모두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떤 때는 브래지어를 세 개씩이나 하고, 양말과 스타킹을 여섯켤레씩이나 껴신고 계셨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가시나야~”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시며 눈을 흘기고 계시기도 하고, 숨바꼭질하시듯이 티브이 리모콘도 어디엔가 숨겨버리셔서 세 번이나 새로 구입하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 가장 힘든 것은 집안에 아무데나 변을 보시어 이로인한 냄새로 숨조차 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르신이 보신 대소변을 치우기는 하였지만 설상가상으로 대소변 훈련이 안된 강아지까지 가세하여 처음에는 집안에 냄새가 베어 집 문을 여는 것이 곤혹일적도 있었습니다. 냄새가 나는 곳을 킁킁 찾아다니며 덩그러니 놓여진 변 덩어리를 치우는 것이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최대한 빨리 찾아내어(?) 냄새를 제거하고, 집안의 냄새박멸작전에 만전의 힘을 기하였습니다. 그러던 하루는 어르신이 봐놓은 변을 강아지가 먹고 노란거품을 내며 토하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만 구역질이 나서 애를 먹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또한 씻기를 죽어라고 싫어하시는 어르신을 목욕탕으로 모시어 손가락으로 변을 만진 어르신 손톱사이의 변들을 칫솔로 씻겨드리고, 손으로 꼬집고 팔꿈치로 치시면서 버둥대는 어르신을 달래며 목욕을 시켜드려야하는 전쟁같은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도 저지만, 제가 가고 난 뒤에 그러한 일을 저 대신 하시는 남편분도 여든이 다 되어가시는 연세에 힘드실 것이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컨디션을 관리하며 하루하루 이겨내었습니다.
** 서비스 제공과정 및 내용 (사례)
제가 10시경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어르신의 아침식사를 챙겨드립니다. 어르신이 단 1분도 가만히 앉아 계시지 않기 때문에, 식사는 누군가가 반드시 챙겨서 떠먹여 드려야 가능합니다. 보호자분들이 숟가락을 가지고 다니면서 고생을 해보셔서 그런지, 제가 30분에 걸쳐 밥 한공기 다 먹여 드리는 모습에 감탄을 합니다. 어르신이 곡기를 놓치는 순간이 바로 와상으로 접어들게 되므로, 무엇보다 어르신의 영양은 중요한데, 가족들이 두손 두발 다 든 식사수발에, 밥 한공기 뚝딱 비워내는 제 모습이 무척이나 고맙고, 전문적으로 보여졌나 봅니다. 식사수발 하나 잘하는 것으로 보호자들의 첫 신뢰를 얻어내었으니까요.
그러한 기운을 빌려, 강아지를 키울 능력이 없으신 노부부의 상황을 봐서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예사로 들으시던 남편분이 공감을 하셨는지, 아들과 상의하여 강아지를 가축병원에 돈을 주고 맡기셨습니다. 그렇게 늘 온 집안 저지래를 일삼던 강아지가 없어지고, 대상 어르신의 대소변은 제가 매일 방문하여 말끔히 치우기 시작하니, 가정환경은 서서히 정돈이 되어가고 그러한 환경변화를 살펴보는 남편분과 자주 방문하시는 아드님도 놀라하시면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르신이 자꾸 기력이 떨어지면서, 멍~해지시고, 팔과 허리가 굽어지시면서 상태가 안 좋아지셨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드님들이 좋다고 해 온 약 때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먼 지역에서 소문난 신경과 약을 타오셨는데, 약 기운 때문인지 병든 병아리마냥 기력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드님과 남편분께 약을 줄여보면서 상태를 한번 살펴보자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먼데서 비싼 돈을 주고 지어온 약이고, 대상 어르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지어온 약이니 ‘드시는게 좋다’는 맹신론으로 제 말을 듣지 않으셨습니다. 보호자가 주장을 하시니 어쩔 수 없으면서도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몇 번을 더 권해보던 노력 끝에 허락을 받고 약을 줄이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이 몇 일만에 활기가 생기시고, 굽었던 허리도 서서히 반듯하게 돌아오시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너무나 기뻤고, 지켜보는 가족들도 신기해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제 말보다도 약에 더 의존하던 가족들의 신뢰가 점점 저에게로 두터워지는 느낌은 참으로 기분이 좋고, 어르신의 건강이 회복되시어 무엇보다 보람있었습니다.
그리고 변으로 칠갑을 하시던 어르신이 이제는 위생관리와 적절한 배변훈련으로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기저귀도 차지 않으시고, 저의 권유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십니다. 근무 중에 2번 정도 어르신을 화장실로 유도하고, 대변은 보호자인 남편분과 인계를 통해 보시고 싶으실 때 화장실에서 보시도록 잘 챙겨가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퇴근하고 없고, 야간시간대에는 기저귀를 채우지만, 주간시간대에는 화장실을 이용하시도록 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활동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은 집에서 샤워를 하는 날, 매주 목요일은 어르신과 대중목욕탕을 가는 날입니다. 대중목욕탕에 목욕하러 가는 날, 어르신과 손잡고 목욕가방을 들고 15분 정도의 거리를 걸어갑니다. 날씨가 좋거나 바람이라도 선선하면 어르신이 어린애처럼 좋아하십니다. 목욕탕 가는 시간은 산책시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어르신과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목욕탕 수부 아줌마, 때밀이 아줌마도 3년이라는 시간을 거의 매주 이용하다보니 이제는 당연스레 반기십니다. 물론 가끔 옆에 앉아있는 젊은 분의 비누를 낼름 사용해버리는 어르신 때문에 모르고 불쾌함을 표현하는 분도 있지만 “어르신이 좀 아프신 분이예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면 금방 이해를 하기도 하십니다. 물론 지금도 목욕탕 안에서도 소리를 지르시어 민망하고, 정신없이 다니셔서 위험한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그렇게 깨운할 수가 없습니다. 물기를 닦으며 로숀을 발라드리며 너무나 이뻐보이는 어르신의 말~간 볼에 뽀뽀를 해드리며
“아이구~ 우리 어르신이 말만 좀 잘 들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면
“(해맑은 모습으로) 그래~그래” 하시는 모습은 너무 정겹고, 이쁩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그래”라는 말 대신에 “고맙다~ 고맙다~” 하시어서 깜짝 놀라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옆에서 같이 들은 목욕탕 때밀이 아줌마가 신기해하며 “잘해주는지 할매가 아는갑다~”라며 말을 보태어 한참 감동의 눈물이 흘렀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친정엄마를 제가 모셨는데 효도 잘하는 사위덕분에, 친정엄마라고 맨날 퉁명스럽게 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늘 마음에 끼인 먼지 같은 껄그러움이 있어 그런지 이 어르신께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저도 제 마음의 빚을 갚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일요일이 지나 월요일날 출근했을 때, 아드님이 “요양보호사님, 어제 일요일날 우리 어머니가 ‘왜 없노?~ 왜 없노?’ 요양보호사님을 찾으시는 것 같데요” 라며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보던 사람이 하루 안 보인다고 찾으실만큼 제 존재감이 느껴지는 말씀이라 행복했습니다. 사실 저도 가끔 일요일 집안일을 보면서 노부부의 생각을 한번이상은 떠올리기도 하니, ‘마음은 통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사실 치매 어르신을 주로 보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지만, 식사준비나 청소를 하는 일은 노부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음식만들기를 즐겨하는 제 성향상 어르신 반찬 준비하면서, 당뇨이신 남편분의 반찬은 심심하게 간을 덜 넣어 조리를 해두곤 합니다. 저야 뭐, 하는반찬에 조금 신경써서 간간한 것을 좋아하는 할머니용, 심심하게 해야하는 할아버지용으로 구분하는 것 정도이지만, 가끔 특식으로 준비되는 팥죽, 수제비, 칼국수, 만두 등이 인기만점입니다. 할머니의 치매로 인해 반찬을 잘 해드실 수 없는 할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식사꺼리가 입맛에 맞게 해결되니 그로 인한 만족감이 크신 것이겠지요. 사실 제가 있는 시간대는 대상어르신을 케어하지만, 제가 없는 시간대는 남편분인 할아버지가 수발자이니, 이 분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 드시고, 건강하셔서 어르신을 잘 수발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제가 가는 시간동안은 유일하게 남편분이 쉬시는 시간이기도 하시니, 안스러움 마음이 큽니다. 남편분이 아프시기라도 하시면 우리 어르신은 시설로 맡겨질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요양보호사님이 도와주고, 내가 돌봐가면서 이렇게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는 남편분의 말씀이 아련하게 들립니다.
어르신 남편분인 할아버지는 늘 대견하게 이야기 하십니다.
“자격증이 있으니까 틀리기는 틀리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파출부 아줌마를 썼었는데, 집안일은 할 줄 알았지만 대상 어르신을 수발하는 것은 고스란히 남편분의 몫이었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면서부터 치매 어르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니 너무 좋다 하십니다.
하루는 어르신이 오랜 변비로 변을 못 보시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돌덩이처럼 딱딱한 변을 빼내는 적변을 한 뒤에 변을 잘 보시는 모습을 보시고는, 남편분이 “그런 교육도 받냐”며 “역시 자격증이 있는 보호사라 뭐가 달라도 다르다”며 감탄을 하신 모습에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약에 의존하시던 가족들이 오히려 이제는 저에게 의지하시어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의 활동으로 어르신의 삶이 꽃처럼 환해지고, 가족들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꽃처럼 활짝 피는 모습이 저에게는 강한 의욕을 가지게 합니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시행된 저와 어르신과의 3년간의 인연과 끈끈한 정. 이제는 눈빛만 봐도 소통이 되는 우리 어르신과 더욱 보람찬 일상을 일구어 나가며 끝까지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르신과, 가족들이 꽃처럼 활짝 피는 모습을 보람으로 삼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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