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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신설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기자회견이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이어졌다. 19일과 20일 이틀간 네 편의 작품이 연이어 공개된 데 이어, 이날도 한국과 일본의 신작 두 편이 차례로 소개되며 영화제 열기를 더했다. 먼저 한국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이 청춘의 불안과 충돌을 화두로 꺼냈고, 뒤이어 일본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가 7년에 걸친 제작 과정과 예술적 성찰을 전했다.
7일■ “충돌하고 충격 주는 청춘들”
이날 첫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한국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 제작진이었다. 1990년생인 한 감독은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뒤 다수의 단편을 연출했으며, 이번 작품이 첫 장편이다. 영화는 고등학생들이 맞닥뜨리는 폭력과 욕망, 충동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제목 자체가 ‘충돌·충격·충동’을 뜻하는 ‘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충(衝)’의 중첩에서 따왔다.
한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2018년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 착안했다. 시골 마을 소년과 소녀의 삶이 전학생으로 인해 흔들리고 복수극으로 번져간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며 “실제 사건에서 빨간 복면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왔고, 이를 한국 사회와 청소년들의 현실에 맞게 변주했다”고 설명했다.
생선 제작 과정에 대해 그는 “세상이 디스토피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말 세기말적 정서와 2000년대 초반의 불안감을 참고해 비주얼 톤을 설정했다”며 “누벨바그나 아메리칸 뉴시네마 같은 저항적 영화들을 오마주하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집만 1년 넘게 이어지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30대 여자
출연 배우들도 캐릭터 해석을 공유했다. 배우 주민형은 “내 안의 용기를 끌어내기 위해 혼자 영상을 찍으며 메소드 연기를 준비했다”며 “감독님과의 긴밀한 소통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지숙 역을 맡은 배우 백지혜는 “거식증을 겪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며 “자기 몸을 통제하며 얻는 희열과 욕망을 지숙의 내면에 별내지구 아파트 투영했다”고 말했다. 배우 신준향은 “또래 배우들과 실제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며 연기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 감독은 첫 장편 연출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단편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었지만, 장편은 불가능했다. 결국 스태프와 배우들을 믿어야 했다”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 첫 장편을 완성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백지혜는 “관객들이 ‘쇼츠 시대의 롱텀 영화’로서 이 작품의 템포와 반전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BIFF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후보작 ‘고양이를 놓아줘’의 시가야 다이스케(왼쪽) 감독과 배우 타니구치 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지원 인턴기자
■ “7년의 시간, 기억과 예술을 잇다”
이어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일본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 팀이 무대에 올랐다. 감독은 “2021년 단편으로 BIFF에 초청받은 뒤, 이번에는 첫 장편이 경쟁 부문에 선정돼 매우 영광”이라며 “30주년에 제 작품이 초대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에서 음악가인 모리가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사진작가인 아내 마이코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이런 와중 한때 연인이었던 모리와 아사코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나게 된다. 아사코는 미술을 했으나 아사코 또안 오래 전에 붓을 놓은 상태였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예술적 회복을 보여준다.
시가야 감독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머뭇거리던 예술적 욕망을 다시 회복하게 된 것은 서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기억이 예술과 삶을 되살리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이코 역할을 한 배우 타니구치 란은 “마이코가 개인전에서 시큰둥했던 남편 모리가 찾아오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며 “마이코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의 불안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가야 감독은 자신의 내면이 작품에 투영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고민 대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나 역시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땐 절반쯤은 내려놓고 스스로를 릴렉스하는 법을 택했다”며 “좋은 풍경을 보며 호흡을 고르고, 한 장의 사진을 찍는 데에도 5분 이상 천천히 들이마시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객이 능동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다”며 “스토리보다 삶의 디테일에 주목해, 마치 스쳐가는 기억처럼 남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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