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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보용라채 작성일 25-09-28 18:32 조회 0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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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기자]
며칠 전만 해도 후덥지근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때이른 낙엽이 가을이 멀지 않았다고 귀뜸해주긴 했지만 다소 갑작스럽다. 이 갑작스러운 가을의 노크에 반갑게 문을 열지 않을 이 누가 있으랴. 더위가 지겹도록 길었으니, 그 더위에 발 묶여 있었으니, 가을에는 서둘러 나서서 부지런히 자연을 누려야지 마음먹게 된다.
시누이와 나는 숲을 좋아한다. 시누이는 9월이 되면서 자연휴양림 예약에 열을 올렸다. 서둘러도 예약에 실패하기 일쑤였는데 운좋게 한 곳이 덜컥 걸렸다. 그렇게 홀로 계신 시어머니, 시누이, 남편와 함께 넷이서 1박 2일간(9월 20일~21일) 주말 지역 여행을 다녀왔다.
연휴에 추천할 만한 곳, 함코스피폭락
양
지리산 자락에 앉은 함양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나의 최애 지역 중 하나이다. 특히 천년의 숲 상림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워진다.
상림숲 입구에 들어서니 꽃무릇이 한창이었다. 몇 년 전 태풍이 몰아친 다음 날, 몇 백 년 수령의 고목 숲을 가득 메운 꽃무릇 군락이 보고 싶어서 불쑥 이곳을 찾았었다. 태풍에 숲은 상한가매수방법
여기 저기 생채기가 났지만 꽃무릇은 의연했다.
그 신비한 풍경이 가슴 한 켠에 박혔고, 가끔 문득 상림숲의 꽃무릇이 보고 싶어지곤 했다(꽃무릇의 개화 시기는 9~10월이다. 꽃무릇은 엄밀히 상사화와 구분된다. 상사화의 개화 시기는 8~9월이며, 꽃의 색깔도 분홍, 연노랑으로 꽃무릇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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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림숲 꽃무릇 천년숲을 가득 메운 꽃무릇이 만개했다.
다빈치 릴게임
ⓒ 이정미
맑은 도랑물을 옆으로 끼고 빨간 꽃무릇을 굽어 보며 고목이 우거진 숲을 걷는 일은 마냥 즐겁다. 숲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가 된다. 연로하신 어머니도 편안한 마음으로 동행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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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숲 주변에는 가을꽃(황화코스모스, 버들마편초, 풍접초, 베고니아 등)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 푸른 숲, 색색의 가을꽃은 팔순이 훌쩍 지난 어머니도, 환갑이 지난 시누이도, 오십 고개 중턱을 넘고 있는 남편과 나 모두에게 기쁨이 되었다.
꽃밭을 배경으로 예쁘게 차려입은 아내 사진을 찍어주는 나이 지긋한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꽃과 함께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피고, 한 컷 사진에 담으며 행복했다.
▲ 버들마편초 군락 보라색 버들마편초가 환상적이다. 상림숲 주변에는 빨강, 노랑, 보라 각양각색의 가을꽃 군락을 즐길 수 있다.
ⓒ 이정미
지역 시장에 들러 저녁 거리로 함양 한우를 샀다. 휴양림 숙소에 짐을 풀고 집에서 가져온 찬거리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려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소화를 시킬 겸 휴양림 주변을 산책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총총 박혔다. 바람이 서늘하고 밤하늘을 고요한데 총총 별은 더욱 밝아 정겨웠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어둠이 짙으면 별은 더 반짝인다. 숲속 휴양림에서 보내는 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비가 많이 온 뒤라 시누이는 용추 폭포를 봐야 한다며 서둘렀다. 몇 년 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들과 함께 함양 일두 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를 하고 지역 명소를 둘러본 적 있다. 당시 용추 계곡 폭포수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했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용추 폭포는 변함없이 그 기세가 거침 없었고, 폭포수 아래 계곡물도 시원하고 푸르게 출렁였다. "폭포수에서 음이온이 나오잖아." 스스로 물을 보면 환장한다는 시누이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이나 찍던지.
▲ 용추폭포 비온 뒤라 폭포의 기세는 더욱 당당하다.
ⓒ 이정미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남계 서원을 비롯하여 조선 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인 정여창 선생님의 고택이 개평 마을에 잘 보전되어 있다(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애신의 집으로 나왔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띄엄띄엄 멋스런 정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풍광이 수려하다 보니 옛 선비들은 이곳에 정자를 짓고 학문에 매진하고, 또 여흥을 즐기기도 하였다. 우리는 가장 잘 알려진 '농월정'(弄月停)을 찾았다. 너럭바위가 위용을 자랑하며 펼쳐진 위로 물줄기가 시원하고 유유하게 흘러넘치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 농월정 너럭바위 농월정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너럭 바위가 돗자리를 깐듯 펼쳐진다.
ⓒ 이정미
'농월정'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박병부(1571~1639)공께서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에 대한 부당함을 직간하다가 파직되어, 고향에 돌아와 생활하면서 이곳에 지은 정자(1637년에 지음)이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심신을 쉬기도 하셨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지닌 정자의 이름이 재미있다(안내판에는 달 밝은 고요한 밤에 암반 위의 냇물에 비친 달빛은 한잔의 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농월정'에 올라서니 발 아래 너럭바위가 마치 고급진 돗자리를 깐듯 펼쳐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럭바위는 유유히 흐르는 물살을 보듬으며 세월을 기록했을 테다. 바위에 새겨진 한자 글귀들이 세월에 닳아 희미하게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가고 기록과 장소가 남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계곡을 따라 선을 잇듯 늘어선 정자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고 포토존이 된다.
▲ 농월정 아래서 올려다 본 농월정의 기품있는 모습
ⓒ 이정미
싱그러운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이른 가을 바람이 서늘하고, 계곡물이 청량감있게 흐르는 이곳에서 우리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앉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점심 시간이 될 때까지 산과 계곡과 바위를 눈에 넣으며 우리는 '편안하다', '너무 좋다' 감탄하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냈다.
추억의 다슬기탕
점심은 농월정 주변 '거창식당'에서 '다슬기탕'을 먹었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방영된 식당이다. 22살 때 시집 온 황성숙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주인인 황성숙씨는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10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그대로 음식맛을 내고 있다고 했다). 깻잎 무침, 찐 풋고추 무침, 우엉 조림, 콩비지, 멸치 조림 등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과 수제비를 띄운 시원하고 담백한 다슬기탕은 정말 맛있었다.
파르스름한 국물이 일품인 다슬기탕을 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한여름날의 다슬기탕을 참으로 좋아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엄마는 자주 다슬기탕을 저녁상에 올렸다. 파르스름한 다슬기의 맨살과 푸른 부추가 어우려져 쪽빛을 연상시키는 다슬기탕을 어린 날엔 즐기지 못했다. 그랬건만 여행지에서 '다슬기탕'이라는 메뉴만 봐도 확 당기는 것이다. '부모님은 음식으로 되살아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거다.
▲ 400년 수령의 고목과 어머니 팔순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가 400년 고목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이정미
추억이 가득한 점심을 감사히 받고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어머니와 시누이와 우리의 편안한 여행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담소를 나누었다.
추석이 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추석 연휴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차례를 지내는 집이 급격하게 줄었고 대신에 가족 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모처럼의 긴 연휴이다 보니 해외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많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은 보통 해외 여행 경비가 2배로 많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동행하기에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 그리고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대며 음식을 나누었던 옛 추석 풍경에 익숙한 연로하신 부모님은 적적하실 것 같기도 하다.
연휴가 긴 만큼, 그 중 얼마간은 고향 근처 명소에서 부모님과 함께 소소하지만 정겨운 지역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북적북적 공항 풍경과 새롭고 낯선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 손잡고 조용하고 느리고 친숙한 지역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며칠 전만 해도 후덥지근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때이른 낙엽이 가을이 멀지 않았다고 귀뜸해주긴 했지만 다소 갑작스럽다. 이 갑작스러운 가을의 노크에 반갑게 문을 열지 않을 이 누가 있으랴. 더위가 지겹도록 길었으니, 그 더위에 발 묶여 있었으니, 가을에는 서둘러 나서서 부지런히 자연을 누려야지 마음먹게 된다.
시누이와 나는 숲을 좋아한다. 시누이는 9월이 되면서 자연휴양림 예약에 열을 올렸다. 서둘러도 예약에 실패하기 일쑤였는데 운좋게 한 곳이 덜컥 걸렸다. 그렇게 홀로 계신 시어머니, 시누이, 남편와 함께 넷이서 1박 2일간(9월 20일~21일) 주말 지역 여행을 다녀왔다.
연휴에 추천할 만한 곳, 함코스피폭락
양
지리산 자락에 앉은 함양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나의 최애 지역 중 하나이다. 특히 천년의 숲 상림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워진다.
상림숲 입구에 들어서니 꽃무릇이 한창이었다. 몇 년 전 태풍이 몰아친 다음 날, 몇 백 년 수령의 고목 숲을 가득 메운 꽃무릇 군락이 보고 싶어서 불쑥 이곳을 찾았었다. 태풍에 숲은 상한가매수방법
여기 저기 생채기가 났지만 꽃무릇은 의연했다.
그 신비한 풍경이 가슴 한 켠에 박혔고, 가끔 문득 상림숲의 꽃무릇이 보고 싶어지곤 했다(꽃무릇의 개화 시기는 9~10월이다. 꽃무릇은 엄밀히 상사화와 구분된다. 상사화의 개화 시기는 8~9월이며, 꽃의 색깔도 분홍, 연노랑으로 꽃무릇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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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림숲 꽃무릇 천년숲을 가득 메운 꽃무릇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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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도랑물을 옆으로 끼고 빨간 꽃무릇을 굽어 보며 고목이 우거진 숲을 걷는 일은 마냥 즐겁다. 숲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가 된다. 연로하신 어머니도 편안한 마음으로 동행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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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숲 주변에는 가을꽃(황화코스모스, 버들마편초, 풍접초, 베고니아 등)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 푸른 숲, 색색의 가을꽃은 팔순이 훌쩍 지난 어머니도, 환갑이 지난 시누이도, 오십 고개 중턱을 넘고 있는 남편과 나 모두에게 기쁨이 되었다.
꽃밭을 배경으로 예쁘게 차려입은 아내 사진을 찍어주는 나이 지긋한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꽃과 함께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피고, 한 컷 사진에 담으며 행복했다.
▲ 버들마편초 군락 보라색 버들마편초가 환상적이다. 상림숲 주변에는 빨강, 노랑, 보라 각양각색의 가을꽃 군락을 즐길 수 있다.
ⓒ 이정미
지역 시장에 들러 저녁 거리로 함양 한우를 샀다. 휴양림 숙소에 짐을 풀고 집에서 가져온 찬거리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려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소화를 시킬 겸 휴양림 주변을 산책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총총 박혔다. 바람이 서늘하고 밤하늘을 고요한데 총총 별은 더욱 밝아 정겨웠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어둠이 짙으면 별은 더 반짝인다. 숲속 휴양림에서 보내는 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비가 많이 온 뒤라 시누이는 용추 폭포를 봐야 한다며 서둘렀다. 몇 년 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들과 함께 함양 일두 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를 하고 지역 명소를 둘러본 적 있다. 당시 용추 계곡 폭포수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했다.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용추 폭포는 변함없이 그 기세가 거침 없었고, 폭포수 아래 계곡물도 시원하고 푸르게 출렁였다. "폭포수에서 음이온이 나오잖아." 스스로 물을 보면 환장한다는 시누이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이나 찍던지.
▲ 용추폭포 비온 뒤라 폭포의 기세는 더욱 당당하다.
ⓒ 이정미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남계 서원을 비롯하여 조선 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인 정여창 선생님의 고택이 개평 마을에 잘 보전되어 있다(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애신의 집으로 나왔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띄엄띄엄 멋스런 정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풍광이 수려하다 보니 옛 선비들은 이곳에 정자를 짓고 학문에 매진하고, 또 여흥을 즐기기도 하였다. 우리는 가장 잘 알려진 '농월정'(弄月停)을 찾았다. 너럭바위가 위용을 자랑하며 펼쳐진 위로 물줄기가 시원하고 유유하게 흘러넘치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 농월정 너럭바위 농월정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너럭 바위가 돗자리를 깐듯 펼쳐진다.
ⓒ 이정미
'농월정'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박병부(1571~1639)공께서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에 대한 부당함을 직간하다가 파직되어, 고향에 돌아와 생활하면서 이곳에 지은 정자(1637년에 지음)이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심신을 쉬기도 하셨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지닌 정자의 이름이 재미있다(안내판에는 달 밝은 고요한 밤에 암반 위의 냇물에 비친 달빛은 한잔의 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농월정'에 올라서니 발 아래 너럭바위가 마치 고급진 돗자리를 깐듯 펼쳐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럭바위는 유유히 흐르는 물살을 보듬으며 세월을 기록했을 테다. 바위에 새겨진 한자 글귀들이 세월에 닳아 희미하게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가고 기록과 장소가 남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계곡을 따라 선을 잇듯 늘어선 정자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고 포토존이 된다.
▲ 농월정 아래서 올려다 본 농월정의 기품있는 모습
ⓒ 이정미
싱그러운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이른 가을 바람이 서늘하고, 계곡물이 청량감있게 흐르는 이곳에서 우리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앉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점심 시간이 될 때까지 산과 계곡과 바위를 눈에 넣으며 우리는 '편안하다', '너무 좋다' 감탄하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냈다.
추억의 다슬기탕
점심은 농월정 주변 '거창식당'에서 '다슬기탕'을 먹었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방영된 식당이다. 22살 때 시집 온 황성숙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주인인 황성숙씨는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10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그대로 음식맛을 내고 있다고 했다). 깻잎 무침, 찐 풋고추 무침, 우엉 조림, 콩비지, 멸치 조림 등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과 수제비를 띄운 시원하고 담백한 다슬기탕은 정말 맛있었다.
파르스름한 국물이 일품인 다슬기탕을 받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한여름날의 다슬기탕을 참으로 좋아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엄마는 자주 다슬기탕을 저녁상에 올렸다. 파르스름한 다슬기의 맨살과 푸른 부추가 어우려져 쪽빛을 연상시키는 다슬기탕을 어린 날엔 즐기지 못했다. 그랬건만 여행지에서 '다슬기탕'이라는 메뉴만 봐도 확 당기는 것이다. '부모님은 음식으로 되살아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거다.
▲ 400년 수령의 고목과 어머니 팔순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가 400년 고목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이정미
추억이 가득한 점심을 감사히 받고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어머니와 시누이와 우리의 편안한 여행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담소를 나누었다.
추석이 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추석 연휴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차례를 지내는 집이 급격하게 줄었고 대신에 가족 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모처럼의 긴 연휴이다 보니 해외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많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은 보통 해외 여행 경비가 2배로 많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동행하기에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 그리고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대며 음식을 나누었던 옛 추석 풍경에 익숙한 연로하신 부모님은 적적하실 것 같기도 하다.
연휴가 긴 만큼, 그 중 얼마간은 고향 근처 명소에서 부모님과 함께 소소하지만 정겨운 지역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북적북적 공항 풍경과 새롭고 낯선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 손잡고 조용하고 느리고 친숙한 지역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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